“한식 중에서도 경쟁자가 많지 않은 갈비탕을 선택했는데, 다행히 면접 보고 바로 출근할 수 있었습니다.”
A갈비탕전문점의 주방장 2년차에 접어든 양용봉(52)씨는 한식 틈새시장을 노려 재취업에 성공한 케이스다. 20년간 제과제빵에 매달렸던 그는 지난해 4개월간 한국폴리텍대에서 외식조리과 강의 수료 후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매일 꼭두새벽부터 하루 18시간 일했던 제빵직에서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때문이다. 양씨는 “젊은층이 카페 창업에 관심을 보이면서 빠지지 않는 게 제과제빵 자격증”이라며 “60대 이후 경쟁력이 떨어질 것 같아 제빵 경력에 한식을 더한 퓨전음식 조리사를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30년간 공직에 몸 담다 명예퇴직을 앞둔 황의복(61)씨는 “70세까지 근무할 수 있다해서 전기산업기사 자격증을 따러왔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수도전기자격증 학원엔 오후 1시가 되자 황씨를 비롯해 머리가 희끗한 60대 장년들이 배낭을 메고 출석카드를 찍었다. 황씨는 “퇴직 후 연금만으로는 생활이 쉽지 않아 고민이었는데 친구가 추천해 준비하게 됐다”며 “직장 선배 중에도 기능사 시험 준비하시는 분이 있어 기능사 실기 때 썼던 도구를 빌려드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기 자격증은 ‘전기기능사-전기산업기사-전기기사’로 이어진다. 기초인 전기기능사도 취득하면 건물관리 등 수요가 적지 않다. 내년 산업기사 시험을 앞두고 있는 황씨는 자격요건 충족을 위해 올해 사이버대 전기전자과로 편입했다.은퇴 후 연금 수령까지 ‘수입 크레바스’
베이비부머(1946~1965년생) 마지막 세대까지 정년을 맞으면서 60대 이상 ‘실버취업’ 시장이 붐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만 60대 취업자 수는 643만5000명에 달한다. 지난해 말보다 60만명이 늘었다. 5년 전 40% 안팎이던 고용률도 47.1%까지 뛰었다. 60대 취준생은 정규직 시장을 차지하는 20~50대와 공공일자리 중심의 70대 이상 사이에 ‘낀 세대’다. 『은퇴가 없는 나라』의 저자인 김태유 서울대 산업공학과 명예교수는 “저출산과 고령화 심화로 청년의 노인 부양부담은 3배 정도 늘어날 전망”이라며 “은퇴한 60대들이 소득 확보를 위해 일자리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60대 취준생이 가장 먼저 눈을 돌린 건 자격증이다. 그 중에서도 틈새를 노린 직종이 인기다. 한국산업인력개발공단에 따르면 60세 이상 자격증 취득 인원은 올해 3만2400명으로 지난해(2만9300명) 대비 10% 증가했다.
남성의 경우 지게차운전기능사, 전기기능사가 가장 인기다. 여성은 한식조리기능사가 가장 많다. 제빵기능사와 양식조리기능사는 4~5위에 머물렀다. 4년간 중장년층 한식 강의를 도맡아 온 한은주 한국폴리텍대 외식조리과 교수는 “60대 수강생은 한 반에 1~2명에서 지금은 8명으로 늘었다”며 “아무래도 중장년층은 젊은층이 가지 않는 설렁탕, 순댓국 분야에 취직하거나 가게를 차리신다”고 말했다.
자격증보다 중요한 건 정확한 정보를 나누는 것이다. 김영희 메인비즈협회 중장년내일센터장은 “대부분 중장년층은 지인 간에 귀동냥만 할 뿐 알짜 구인소식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센터에서 만난 분들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해 서로 꿀팁 정보를 공유한다”고 말했다. 중장년내일센터는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운영하는 중장년층 일자리 지원 기관이다. 이영관(60) 주택연금상담사는 이런 네트워크의 덕을 톡톡히 봤다. 36년간 은행에서 근무한 그는 선배의 권유로 주택연금상담사를 알게 됐다. 주택연금 상품은 55세 이상 가입이 가능해 맞춤형 상담이 가능한 55세 이상이 자격요건이다. 이씨는 “계약직인데다 급여는 기존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경력을 살릴 수 있어 나름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실버취업이 가장 절실한 이유는 역시 소득공백이다. 미래에셋투자연금센터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퇴직 전 준비하지 못해 가장 후회되는 것으로 ‘재정관리’(37.5%)를 꼽은 사람이 가장 많았다. 고령자가 취업을 원하는 이유로도 생활비 보탬(53.3%)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고령층의 생활비는 의료비, 식료품, 주거비를 중심으로 10년 새 29.2% 증가했다. 전체 소비 증가율(7.6%)을 크게 웃돌았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이진서 인생다모작연구소 대표는 “현재 평균 퇴직연령은 49.5세지만 앞으로 조금씩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른 퇴직뿐 아니라 60세 정년 후 국민연금 수령까지 5년의 ‘수입의 크레바스’를 감안하면 60대 이상에서도 재취업 희망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연금센터 상무는 “부모의 수입에 의존하는 2030세대 캥거루족이 70%에 육박하고 있는데다 노부모까지 부양해야 하는 ‘더블케어’ 상황을 고려하면 재취업은 5060세대엔 필수 선택지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들의 부모부양 인식이 사적부양에서 공적부양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고령층 취업률 증가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한국은행의 ‘고령층 고용률 상승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세대가 자녀로부터 지원을 받는 비율과 지원금액은 2016년부터 감소하고 있다. 지원비율(71.5%→65.2%)은 6.3%포인트 하락했고, 지원금액은 234만8000원에서 207만1000원으로 12%가량 줄었다. 건물관리직 취업을 준비 중인 이모(62)씨는 “두 딸이 대기업 수준의 직장을 다니지만 각자 버는 수입은 본인 결혼자금으로 써야 한다”며 “향후 80~100세를 미리 대비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다. 김동엽 상무는 “제2의 인생설계를 두고 이전 경력을 살리거나 전문성을 살려 재취업하려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그런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령층의 일자리 선택에 있어 10년 전과 비교해 임금수준보다 일의 양과 시간대(29.4%→35.2%), 일의 내용(10.4%→13.3%), 과거 취업관련성(9.8%→10.5%)을 더 중시한다. 김태유 교수는 “몇몇 틈새전략을 노린 재취업 사례가 있지만, 사실 고령층 상당수가 질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60대 취준생 “80~100세까지 대비해야”
전문가들은 20-50 직업과 60-80 직업을 분리해 지원하는 ‘인생 이모작’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태유 교수는 “젊은층은 비교우위에 있는 과학·기술, 패션 등 1모작 직종을, 고령층은 상담, 관리·행정직 같은 2모작 직종을 주로 선택해 세대간 분업을 이뤄 노동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직 현 사회 시스템은 인생 이모작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며 “평균 수명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일하는 기간도 늘고 있기에 연령대에 따라 개개인의 인적자원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노인 일자리를 두고 민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고, 유럽에 비해 월등히 낮은 재교육 직업훈련 투자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60대 여성도 황혼 육아보다 일자리…취업자 8% 늘어 192만명
60대 여성 취업자 수는 지난해 177만2000명에서 8.2% 증가한 191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새 14만명 가량 늘어난 것이다. 워킹시니어 중에서도 고령 여성 취업자 증가폭이 크다. 고령자 수가 늘어난 것도 원인이지만, 가사·육아보다 경제활동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진 결과다. 실제로 같은 기간 가사·황혼육아를 한 여성(171만명)은 1만4000명이 줄었다.
그간 여성이 담당해 온 가사나 돌봄·육아가 시장영역으로 진입한 것도 여성 워킹시니어 증가의 원인이 됐다. 가정 단위로 이뤄지던 노인 돌봄·간병 서비스가 여성 공공일자리로 대체되는 식이다. 실제로 60대 여성이 취업한 직종 중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이 2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종사자만 37만5000명에 달한다.
60대 여성도 점차 경력 관리를 위해 전문성을 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강혜숙 LHH코리아 재취업컨설턴트 대표는 “이전엔 자격증 취득을 원하는 사람의 90%가 남성 중장년층이었다면 지금은 여성이 40%를 차지할 정도”라며 “황혼 육아나 가사를 해야 한다면 전문성을 갖추고 소득을 얻기 위해 자격증도 취득한다”고 말했다. 가령 수납정리 전문가, 요양보호사, 상담사 등이 있다.
다만 워킹시니어 여성이 늘었다해도 질적 성장은 저조하다. 2020년 기준 70세 이상 여성 임금근로자 중 76.5%가 저임금근로자였다. 70세 이상 남성(61.6%)보다 높다. 여성 중에서도 저임금근로자 비중은 60~64세는 전년 대비 1.8%포인트 높아진 36%, 65~69세는 1.3%포인트 높아진 52.2%로 나타났다. 최인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 60대 여성들은 생계비 마련을 위해 저임금 일자리로 가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과 더불어 더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재취업 교육 등 직업 훈련도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능사 자격증 따고 국밥집 열고…5060 ‘틈새 취업’ 열풍
A갈비탕전문점의 주방장 2년차에 접어든 양용봉(52)씨는 한식 틈새시장을 노려 재취업에 성공한 케이스다. 20년간 제과제빵에 매달렸던 그는 지난해 4개월간 한국폴리텍대에서 외식조리과 강의 수료 후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매일 꼭두새벽부터 하루 18시간 일했던 제빵직에서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때문이다. 양씨는 “젊은층이 카페 창업에 관심을 보이면서 빠지지 않는 게 제과제빵 자격증”이라며 “60대 이후 경쟁력이 떨어질 것 같아 제빵 경력에 한식을 더한 퓨전음식 조리사를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30년간 공직에 몸 담다 명예퇴직을 앞둔 황의복(61)씨는 “70세까지 근무할 수 있다해서 전기산업기사 자격증을 따러왔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수도전기자격증 학원엔 오후 1시가 되자 황씨를 비롯해 머리가 희끗한 60대 장년들이 배낭을 메고 출석카드를 찍었다. 황씨는 “퇴직 후 연금만으로는 생활이 쉽지 않아 고민이었는데 친구가 추천해 준비하게 됐다”며 “직장 선배 중에도 기능사 시험 준비하시는 분이 있어 기능사 실기 때 썼던 도구를 빌려드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기 자격증은 ‘전기기능사-전기산업기사-전기기사’로 이어진다. 기초인 전기기능사도 취득하면 건물관리 등 수요가 적지 않다. 내년 산업기사 시험을 앞두고 있는 황씨는 자격요건 충족을 위해 올해 사이버대 전기전자과로 편입했다.
은퇴 후 연금 수령까지 ‘수입 크레바스’
베이비부머(1946~1965년생) 마지막 세대까지 정년을 맞으면서 60대 이상 ‘실버취업’ 시장이 붐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만 60대 취업자 수는 643만5000명에 달한다. 지난해 말보다 60만명이 늘었다. 5년 전 40% 안팎이던 고용률도 47.1%까지 뛰었다. 60대 취준생은 정규직 시장을 차지하는 20~50대와 공공일자리 중심의 70대 이상 사이에 ‘낀 세대’다. 『은퇴가 없는 나라』의 저자인 김태유 서울대 산업공학과 명예교수는 “저출산과 고령화 심화로 청년의 노인 부양부담은 3배 정도 늘어날 전망”이라며 “은퇴한 60대들이 소득 확보를 위해 일자리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60대 취준생이 가장 먼저 눈을 돌린 건 자격증이다. 그 중에서도 틈새를 노린 직종이 인기다. 한국산업인력개발공단에 따르면 60세 이상 자격증 취득 인원은 올해 3만2400명으로 지난해(2만9300명) 대비 10% 증가했다. 남성의 경우 지게차운전기능사, 전기기능사가 가장 인기다. 여성은 한식조리기능사가 가장 많다. 제빵기능사와 양식조리기능사는 4~5위에 머물렀다. 4년간 중장년층 한식 강의를 도맡아 온 한은주 한국폴리텍대 외식조리과 교수는 “60대 수강생은 한 반에 1~2명에서 지금은 8명으로 늘었다”며 “아무래도 중장년층은 젊은층이 가지 않는 설렁탕, 순댓국 분야에 취직하거나 가게를 차리신다”고 말했다.
자격증보다 중요한 건 정확한 정보를 나누는 것이다. 김영희 메인비즈협회 중장년내일센터장은 “대부분 중장년층은 지인 간에 귀동냥만 할 뿐 알짜 구인소식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센터에서 만난 분들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해 서로 꿀팁 정보를 공유한다”고 말했다. 중장년내일센터는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운영하는 중장년층 일자리 지원 기관이다. 이영관(60) 주택연금상담사는 이런 네트워크의 덕을 톡톡히 봤다. 36년간 은행에서 근무한 그는 선배의 권유로 주택연금상담사를 알게 됐다. 주택연금 상품은 55세 이상 가입이 가능해 맞춤형 상담이 가능한 55세 이상이 자격요건이다. 이씨는 “계약직인데다 급여는 기존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경력을 살릴 수 있어 나름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진서 인생다모작연구소 대표는 “현재 평균 퇴직연령은 49.5세지만 앞으로 조금씩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른 퇴직뿐 아니라 60세 정년 후 국민연금 수령까지 5년의 ‘수입의 크레바스’를 감안하면 60대 이상에서도 재취업 희망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연금센터 상무는 “부모의 수입에 의존하는 2030세대 캥거루족이 70%에 육박하고 있는데다 노부모까지 부양해야 하는 ‘더블케어’ 상황을 고려하면 재취업은 5060세대엔 필수 선택지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들의 부모부양 인식이 사적부양에서 공적부양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고령층 취업률 증가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한국은행의 ‘고령층 고용률 상승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세대가 자녀로부터 지원을 받는 비율과 지원금액은 2016년부터 감소하고 있다. 지원비율(71.5%→65.2%)은 6.3%포인트 하락했고, 지원금액은 234만8000원에서 207만1000원으로 12%가량 줄었다. 건물관리직 취업을 준비 중인 이모(62)씨는 “두 딸이 대기업 수준의 직장을 다니지만 각자 버는 수입은 본인 결혼자금으로 써야 한다”며 “향후 80~100세를 미리 대비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다. 김동엽 상무는 “제2의 인생설계를 두고 이전 경력을 살리거나 전문성을 살려 재취업하려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그런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령층의 일자리 선택에 있어 10년 전과 비교해 임금수준보다 일의 양과 시간대(29.4%→35.2%), 일의 내용(10.4%→13.3%), 과거 취업관련성(9.8%→10.5%)을 더 중시한다. 김태유 교수는 “몇몇 틈새전략을 노린 재취업 사례가 있지만, 사실 고령층 상당수가 질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60대 취준생 “80~100세까지 대비해야”
전문가들은 20-50 직업과 60-80 직업을 분리해 지원하는 ‘인생 이모작’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태유 교수는 “젊은층은 비교우위에 있는 과학·기술, 패션 등 1모작 직종을, 고령층은 상담, 관리·행정직 같은 2모작 직종을 주로 선택해 세대간 분업을 이뤄 노동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직 현 사회 시스템은 인생 이모작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며 “평균 수명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일하는 기간도 늘고 있기에 연령대에 따라 개개인의 인적자원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노인 일자리를 두고 민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고, 유럽에 비해 월등히 낮은 재교육 직업훈련 투자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간 여성이 담당해 온 가사나 돌봄·육아가 시장영역으로 진입한 것도 여성 워킹시니어 증가의 원인이 됐다. 가정 단위로 이뤄지던 노인 돌봄·간병 서비스가 여성 공공일자리로 대체되는 식이다. 실제로 60대 여성이 취업한 직종 중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이 2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종사자만 37만5000명에 달한다.
60대 여성도 점차 경력 관리를 위해 전문성을 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강혜숙 LHH코리아 재취업컨설턴트 대표는 “이전엔 자격증 취득을 원하는 사람의 90%가 남성 중장년층이었다면 지금은 여성이 40%를 차지할 정도”라며 “황혼 육아나 가사를 해야 한다면 전문성을 갖추고 소득을 얻기 위해 자격증도 취득한다”고 말했다. 가령 수납정리 전문가, 요양보호사, 상담사 등이 있다.
다만 워킹시니어 여성이 늘었다해도 질적 성장은 저조하다. 2020년 기준 70세 이상 여성 임금근로자 중 76.5%가 저임금근로자였다. 70세 이상 남성(61.6%)보다 높다. 여성 중에서도 저임금근로자 비중은 60~64세는 전년 대비 1.8%포인트 높아진 36%, 65~69세는 1.3%포인트 높아진 52.2%로 나타났다. 최인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 60대 여성들은 생계비 마련을 위해 저임금 일자리로 가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과 더불어 더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재취업 교육 등 직업 훈련도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수민 기자 shin.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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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53/0000045414?sid=102